27일 해군과 국방과학연구소(ADD)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남해상 마라도함에서 실시된 중형 자폭 무인기 해양 운용 전투실험에서 드론 2대가 모두 발사 직후 바다로 추락했다.
당초 정찰과 표적 탐색을 거쳐 약 2㎞ 떨어진 무인표적정을 타격할 예정이었지만 비행 단계부터 문제가 발생하면서 후속 시험은 진행하지 못했다.
연구개발 과정에서 시험 실패 자체는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세계의 전쟁 방식이 한국군의 준비 속도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값싼 드론은 이미 정찰 보조 장비를 넘어 전차와 장갑차, 병력의 움직임까지 좌우하는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았다. 북한도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통해 이런 현대전의 경험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는 35주년 독립기념일인 지난 24일(현지시간) 대규모 드론·로봇 전력으로 짜여진 퍼레이드를 공개하며 군사력을 과시했다.이날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유튜브에 올린 1시간 36분 분량의 영상 후반부에는 다양한 총포로 무장한 무인 군용차량 수십대가 줄 맞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중심가 흐레샤티크 거리를 행진하는 모습이 담겼다. 일부는 전차에 쓰이는 무한궤도 바퀴 장치를 달고 이동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지상전의 모습을 크게 바꿨다.
한때 지상전의 핵심이었던 고가 전차가 값싼 1인칭 시점(FPV) 드론의 공격에 노출되면서 일부 전선에서는 전차 운용 자체가 크게 줄었다.
우크라이나 일선 부대에서는 전차병을 드론 조종 인력으로 다시 훈련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드론이 전차를 완전히 대체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드론의 감시망을 피하지 못하면 전차와 장갑차도 과거처럼 자유롭게 돌파작전을 벌이기 어려운 전장이 됐다.
지난 4~5월 독일에서 실시된 ‘컴바인드 리졸브’ 합동훈련에서는 약 3,500명의 미군 기갑부대가 우크라이나 드론부대와 맞붙었다.
우크라이나군이 정찰드론으로 전차를 찾아내고 공격·자폭드론을 투입하면서 미군 기갑부대는 모의전에서 상당한 피해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첨단 무기와 막대한 국방비를 갖춘 미군조차 실제 드론전 경험에서는 아직 배워가는 단계라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한국에 더 직접적인 문제는 북한이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최근 러시아에 배치된 북한군 가운데 드론 운용 인력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약 8,500명의 북한군 가운데 400명 가량이 드론 운용 인력이며, 일부는 정찰이나 공격 임무에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군은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드론 위협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지만 이후 전파방해 장비와 드론 탐지기를 운용하고, 병력을 분산하는 방향으로 전술을 바꾼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러시아군과 함께 활동하면서 드론 정찰과 포병 사격 조정, 공격용 드론 운용 등의 경험을 쌓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한, 북한에는 값싼 드론이 효과적인 비대칭 무기가 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약한 공군력을 보완하면서도 FPV 자폭드론 등을 대량 생산해 비행장과 레이더, 포병 진지, 지휘시설 등을 동시에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전파방해에 강한 광섬유 유도 기술이나 자동표적 인식, 중거리 타격 드론 기술 등을 습득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국군도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국방부는 저가·소모성 드론 2만대 이상 확보와 장거리 자폭무인기, AI 기반 군집드론 전력화를 추진하고 있다. 드론 운용 인력도 대규모로 늘리고 대드론 체계와 전자전 능력을 함께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마라도함 시험에서도 지상에서 여러 차례 시험했던 드론이 실제 함정 환경에서는 발사 직후 추락했다. 함정의 미세한 흔들림과 해풍 등 실제 작전환경에서는 연구실이나 육상시험과 다른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결국 드론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느냐보다 실제 전투환경에서 탐지하고, 날리고, 표적을 찾고, 공격하고, 적의 드론을 막아내는 전 과정을 반복해서 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군의 과제는 분명하다.
적 드론을 먼저 찾아내는 탐지체계와 요격수단, 전파를 방해하는 전자전 장비를 함께 갖춰야 한다. 정찰드론이 찾아낸 표적 정보를 포병과 전차, 보병부대에 즉시 전달해 공격으로 연결하는 지휘통제체계도 필요하다. 한반도는 산악과 도시가 밀집해 있고 남북 간 거리가 짧다.
해군군수사령부는 지난 20일 경남 창원 진해해군기지에서 '을지자유의방패(UFS)'의 일환으로 드론을 활용한 군수품 수송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값싼 드론을 대량 투입할 경우 전방뿐 아니라 수도권과 후방의 주요 군사시설까지 동시에 위협받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실제 전장에서 현대전의 교훈을 배우며 무인기 역량을 키우고 있다. 한국군도 드론을 ‘미래 무기’라고 부르는 단계에 머물러 있을 시간이 많지 않다.
드론전은 이미 현실이 됐다. 이제 필요한 것은 드론을 많이 가진 군대가 아니라, 실제 드론전을 수행할 수 있는 군대다.


2026.10.11(일) 2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