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 강화할수록 더 뚫는다…北 청년들, 목숨 걸고 한국 콘텐츠 찾아

- 처벌 강화에도 외부세계 향한 호기심 확산…“완벽한 통제 불가”
- 신의주 20대 청년 4명 외부 영화·드라마 보다가 공개재판 회부
- 김책공대 수재 7명 인터넷 우회 기술 개발해 韓영상 시청·유포사건 터지자 전국 대학 노트북·휴대전화 검열…상호 감시까지

2026-08-25(화) 18:50
최근 북한 최고 권위의 공과대학인 김책공업종합대학 학생들이 당국의 인터넷 차단벽을 우회하는 기술을 자체 개발해 한국 영상물을 유포하는 일이 발생했다. 사진은 북한 대외용 화보 '조선'에 나온 김책공업대 학생들의 모습.
[신동아방송 서울=천오복기자) 최근 북한의 평범한 지방 청년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외국 영상물를 찾아보고 최고 명문대학의 수재들은 직접 인터넷 차단벽을 우회하는 기술까지 개발해 한국 영상물을 공유하는 등 청년층의 외부세계에 대한 갈망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당국이 외부정보 접촉을 막기 위해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뒤지고 서로 감시하도록 하는 등 통제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갈수록 틀어막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데일리NK는 24일 평안북도 소식통을 인용해 신의주시 연상동에 사는 20대 청년 4명이 지난달 한 가정집에 모여 한국과 중국 영화·드라마 등을 시청하다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단속반의 불시 가택검열에 적발됐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6개월 이상 직장에 출근하지 않은 청년들로, 인민반장이 “대낮에도 자주 모인다”며 의심을 제기하면서 단속 대상이 됐다. 당국은 현장에서 컴퓨터와 휴대전화, 휴대용 저장장치를 압수했고 추가 수색을 통해 이들이 최근 3개월 동안 외부 영상물을 지속적으로 시청한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청년들은 이달 초 공개재판에 세워졌다. 다만 영상물을 판매·유포하지 않았고 중국 콘텐츠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이유로 노동교화형보다 낮은 노동단련형 처분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히 외국 영화와 드라마를 본 청년들까지 공개재판에 세워 사상적 경고의 본보기로 삼은 셈이다.

평양에서는 한층 더 심각한 사건이 발생했다. 데일리NK에 따르면 지난달 말 평양시 김책공업종합대학 학생 7명이 북한 당국의 인터넷 차단벽을 우회하는 기술을 자체 개발해 한국 영상물을 내려받아 시청·유포하다 지난달 말 국가정보국에 체포됐다.

특히 이들은 대학 연구소에도 소속될 정도의 과학기술 인재들로 알려졌다. 평양 외교단지와 대사관 지역의 무선 신호를 이용해 외부 인터넷에 접속한 뒤 한국 영상물을 USB와 SD카드 등에 옮겨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체제 발전을 위해 육성한 엘리트 청년들의 기술력이 오히려 당국의 정보 봉쇄망을 뚫는 데 사용된 것이다.

김책공대 사건은 곧 전국적인 청년 통제로 번졌다. 평양시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지난 3일 전국 대학에 강도 높은 검열을 지시했다. 당국은 김책공대 사건을 과학기술 인재들의 ‘사상적 이탈’로 규정하고 국가정보국과 사회안전성, 반사회주의 구루빠와 대학 당위원회까지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열 방식도 전방위적이다. 대학생의 노트북과 휴대전화에서 삭제된 기록까지 조사하고 기숙사와 연구실을 불시에 수색하는 것은 물론 네트워크 장비와 프로그램 개발 환경까지 감시 대상으로 삼았다. 의심 학생의 동선을 추적하고 같은 학급 학생끼리 서로 감시·보고하도록 하는 체계도 요구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같은 공포통치가 청년들의 외부정보 욕구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북한 내부에서도 나온다. 평양시 소식통은 “아무리 총칼로 위협하고 컴퓨터와 손전화를 뒤져봐야 이미 외부 세상에 눈을 뜬 청년 대학생들의 호기심과 갈망을 완벽히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신의주의 평범한 20대부터 북한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 인재들까지 외부 콘텐츠를 찾아 나서고 있다는 것은 북한 청년층 내부에서 외부세계에 대한 관심이 계층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김책공대 학생들이 스스로 기술적 장벽을 우회했다는 점은 단순한 한국 영상물 단속을 넘어 북한 당국이 직면한 정보통제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사례로 볼 수 있다.

김정은 정권은 청년을 ‘사회주의의 미래’로 내세우면서도 그들이 무엇을 보고 생각하는지는 국가가 결정하려 한다. 하지만 기술 발전과 외부정보에 대한 청년층의 호기심까지 처벌과 감시만으로 틀어막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북한이 대학과 가정까지 검열 범위를 확대하는 모습은 역설적으로 정권이 청년들의 인식 변화와 외부정보 확산을 얼마나 심각한 체제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천오복기자 pko589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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