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화 시동] 북한, 미사일 응수…회담 여지는 남겨

2026-09-07(월) 20:40
6월 2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방과학연구기관들이 개발한 전술탄도미사일 시험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
[신동아방송 서울=천오복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하며 연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정상회담을 구애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무더기 탄도미사일 발사로 응수했다.

다만 대화 여지를 완전히 닫아놓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향후 회담 개최를 둘러싼 북미 양측의 탐색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8월 19일 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한미훈련 축소에 대해 “전혀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훈련의 규모나 기일이 줄어든다고 도발적, 공격적 군사연습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절하했다. 북미 정상회담 기대에 일단은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었다.

다만 김 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대로 두 정상 간의 관계가 “의연 훌륭하다”고 확인했다. 그러면서도 개인적 관계와 무관하게 미국의 적대적 대북정책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는 향후 미국과의 정상회담에 응할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으면서도 북한이 앞서 제기했던 대화 조건을 다시 상기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그간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고, 적대정책을 철회하면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는데 연합훈련 축소만으로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유지훈 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일회적 훈련 축소만으로 북한의 긴장 완화나 대화 복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라며 “두 정상의 관계가 좋다는 점을 의도적으로 강조했는데, 대북정책과 트럼프 대통령을 분리하면서 정상외교 가능성을 열어두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김 부장 발표를 통해 김 위원장 자신의 생각을 서둘러 제시했다”며 “북미 대화를 거부한다는 의사표현이 없다는 점에서 북한도 고심 중이라는 방증”이라고 진단했다.

김 부장의 입장 발표 이튿날인 8월 20일 오후 5시께 북한은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10여 발을 발사했다. 8월 21일까지 단축 실시되는 ‘을지 자유의 방패’(UFS) 종료를 하루 앞두고 무력시위에 나선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연합훈련이 축소되더라도 계속 진행된다면 (무력) 대응하겠다는 점을 확실히 보여준 것”이라며 “훈련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북미 회담은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 부장은 이날 밤 한국을 향해 조롱과 막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조선중앙통신 담화에서 “돌연 훈련 축소를 지시한 트럼프의 말 한마디에 서울은 제일 즐겨하던 전쟁놀이 판을 거두어야 하는 가긍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비아냥댔다.

이어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재개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고 한 데 대해 “낯간지러운 소리로 아첨하면서도 자주국방과 독자적인 군사력 확보를 운운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비교적 절제된 톤의 대미 입장 발표가 나온 지 하루 만에 한국을 향해서는 멸시적 용어를 써가며 상종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두 담화는 미국 시간을 고려해 모두 심야에 발표했다.

유 연구위원은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를 분리하고 한국을 배제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북한은 서울보다 워싱턴과 직접 거래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 판단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이른바 ‘코리아 패싱’ 우려도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양측 간 힘의 균형이 트럼프 1기 때와는 다를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 1기인 2018~2019년 1·2차 회담 때보다 핵역량을 강화한 데다 러시아, 중국과 더 밀착한 덕분에 급할 것이 없는 상황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 전 외교 성과가 절실한 모습이다.

이런 형국에서 북한은 정상회담에 동의하기 전에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고, 회담 의제도 유리한 방향으로 설정하려고 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미 관계는 상호 탐색과 신호 교환을 거듭하는 일종의 ‘썸’ 국면에 진입했다”며 “북한은 미국 및 주변 환경에 대한 냉소와 채널 보존을 병행하며 미국의 추가적인 말과 행동을 관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트럼프가 굴복하는 수준의 파격적 제안(한미훈련 등 대북 정책의 불가역적 중단, 핵보유국 공개적 인정 등)을 가져올 때까지 관망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고 이미 결론을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천오복기자 pko589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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