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기획 ③] “검사입니다”…범죄조직은 왜 국가기관의 얼굴을 빌렸나

- 디지털 통제 위에 공포를 얹으면 피해자는 왜 빠져나오기 어려운가

2026-09-18(금) 19:16
[신동아방송 서울=천오복기자] 피해자를 잡아놓는 데 필요한 것은 물리적인 감금만이 아니다.

때로는 공포가 사람을 움직인다.

범죄조직은 검사와 금융감독원 직원 등을 사칭했다.

피해자에게 범죄에 연루됐다는 식으로 압박하고 자신들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고 믿게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휴대전화 통제까지 결합됐다면 피해자는 외부의 정상적인 정보를 접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것이 ‘심리적 통제’의 문제다

기사에서 흔히 사용하는 ‘가스라이팅’이라는 표현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범죄자의 기망과 반복적인 압박을 통한 심리적 통제라고 할 수 있다.

피해자는 자신이 피해자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오히려 범죄조직의 말을 따르는 것이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경찰이 찾아와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고, 오히려 '별일없다'며 거짓말을 계속 했다고 한다.

이번 피해 사례에서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음에도 피해자가 “아무 일 없다”고 말했다는 사실은 바로 이 문제를 보여준다.

경찰의 새로운 질문이 필요하다

“피해를 당했습니까?”

이 질문에 피해자가 “아닙니다”라고 대답하면 끝나는 구조라면 심리적 '통제형 보이스피싱'을 발견하기 어렵다.

따라서 경찰은 상황에 따라 피해자의 행동과 주변 정황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갑작스러운 장기 결근.

새 휴대전화.

특정인의 반복적인 지시.

검찰·금융감독원 사칭.

자신의 거주지와 관계없이 비정상적인 여러차례의 이동.

거액 송금 요구.

이런 징후가 동시에 나타난다면 피해자의 한마디만으로 상황을 종료해서는 안 되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경찰청의 통합대응체계, 현장에서 과연 제대로 작동하는가?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하게 봐야 할 대목이다.

경찰청은 현재 1394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을 통해 24시간 신고·상담과 피싱 여부 확인, 추가 피해 방지, 금융기관 연계, 경찰관 현장 출동 지휘 등을 시행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에서 확인할 것은 명확하다.

세 차례 현장 출동 과정에서 이 같은 대응체계가 어떻게 작동했는가.

그리고 만약 작동하지 않았다면 왜 작동하지 않았는가.

탐사보도는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천오복기자 pko589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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