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진단] 우리 선박이 호르무즈에서 공격받는다면…청해부대는 어디까지 대응할 수 있나

-‘전쟁 불관여·불개입’원칙 속 국민·선박 보호 임무…공격 상황에서 자위적 대응의 범위가 핵심

2026-09-19(토) 13:52
[신동아방송 서울=천오복기자] “전쟁에 관여하거나 개입하는 파병은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원칙이다.

그러면서도 우리 상선과 원유 수송로,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활동은 필요하며, 현재 활동 중인 청해부대의 활동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국민들이 궁금해지는 질문이 하나 있다.

만약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대한민국 상선이 공격을 받는다면 청해부대는 어디까지 대응할 수 있을까.

현재 공개된 대통령 발언만으로 구체적인 작전계획이나 교전규칙이 결정됐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해외 해상에서 우리 국민과 선박을 보호하는 군사활동을 확대한다면 반드시 사전에 정리돼야 할 문제다.

■ 첫 번째 질문 “공격받으면 바로 반격하는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군함이 무력공격을 받는 상황은 단순한 경비활동과는 차원이 다르다.

중요한 것은 자위적 대응과 전쟁 개입을 어떻게 구분하느냐다.

실제 상황에서는 공격의 주체와 성격, 공격의 현재성, 우리 장병과 선원의 생명에 대한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공격을 받으면 무조건 반격한다’ 또는 ‘전쟁에 개입하지 않으니 대응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단순화하기 어렵다.

핵심은 정부가 사전에 설정한 임무와 교전규칙, 지휘체계다.

■ 두 번째 질문 “상선을 호송하다 공격받으면?”

가장 현실적인 상황 가운데 하나가 우리 상선에 대한 공격이다.

상선이 위협을 받았을 때 청해부대가 단순히 상황을 감시할 것인지, 구조와 대피를 지원할 것인지, 무력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자위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는 각각 다른 문제다.

특히 상선을 보호하는 임무가 확대된다면 ‘보호’의 구체적인 의미를 사전에 명확히 해야 한다.

선박의 항로 안내인지, 위험지역 통과 지원인지, 긴급 구조인지, 공격 상황에서의 군사적 보호인지에 따라 요구되는 군사력과 위험 수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 세 번째 질문 “교전규칙은 누가 결정하는가”

해외에서 작전하는 군에게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교전규칙(ROE)'이다.

현장 장병이 모든 상황에서 상급 지휘부의 새로운 명령을 기다릴 수는 없다.

그렇다고 현장 판단에 모든 것을 맡길 수도 없다.

따라서 어떤 상황에서 어떤 수준의 대응이 가능한지를 사전에 명확하게 정하고, 지휘관과 장병에게 이를 숙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긴박한 상황에서 판단이 지연되거나 지휘체계가 불명확하면 장병의 안전뿐 아니라 외교적 문제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 네 번째 질문 “외국군과 함께 있다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호르무즈 일대에서 여러 국가의 군사자산이 활동하고 있다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우리 군이 외국군과 정보를 공유하거나 구조·구난에 협조하는 것과, 외국군의 전투작전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성격이 다르다.

따라서 청해부대 활동이 확대될 경우 외국군과 어느 수준까지 협조할 것인지도 중요한 정책적 판단이 될 수 있다.

특히 우리 정부가 전쟁 불관여·불개입 원칙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국제적 협력과 군사적 개입 사이의 경계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 다섯 번째 질문 “장병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군사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임무 성공만이 아니다. 장병의 생명과 안전이다.

위험지역에서 활동범위가 확대된다면 정보·감시체계, 통신, 의료지원, 긴급구조와 철수계획 등 지원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특히 현장 장병이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신속하게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충분한 사전교육과 훈련도 필요하다.

작전의 명분이 아무리 분명해도 장병 보호대책이 부족하다면 또 다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 결국 핵심은 ‘무엇을 위해 어디까지 할 것인가’

이번 호르무즈 논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파병’이라는 단어 자체가 아니다. 대한민국 군이 어떤 임무를 수행하느냐다.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에서도 국민과 상선을 보호하기 위한 군사활동은 여러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청해부대의 활동 확대를 실제로 결정할 경우 국민에게 설명해야 할 내용도 명확해진다.

임무 목적은 무엇인가.

작전지역은 어디까지인가.

공격을 받았을 때 대응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교전규칙은 어떻게 정해지는가.

장병 안전대책은 무엇인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

그 활동이 정부가 밝힌 ‘전쟁 불관여·불개입’ 원칙과 어떻게 양립하는가.

■ 본 기자가 던지는 질문

우리 국민이 탄 선박이 위험에 처했을 때 대한민국 군이 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중요한 책무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해외에서 군사력을 운용하는 순간 위험은 현실이 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막연한 구호가 아니다.

명확한 임무.

명확한 지휘체계.

명확한 교전규칙.

그리고 장병을 보호할 수 있는 충분한 안전대책.

이 네 가지가 준비돼 있어야 한다.

대통령은 “전쟁에 관여하거나 개입하는 파병은 없다”고 밝혔다.

그 원칙이 유지되는 가운데 청해부대의 활동이 실제로 확대된다면, 이제 국민이 확인해야 할 것은 ‘간다, 안 간다’가 아니라 ‘무엇을 하러 가는가’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대한민국 국기를 단 군함이 움직이는 순간, 그 배에는 대한민국 장병들이 타고 있다.

국민을 보호하는 임무와 장병의 안전.

정부가 두 가지 책임을 동시에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 앞으로의 구체적인 결정과 설명을 지켜봐야 한다.
천오복기자 pko589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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